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발견한 희망

멀리 있어도 우리는 이웃입니다

grace · 2026년 9월 26일

선힌사마리아인.jpg조반니 안토니오 과르디, 《선한 사마리아인》
Giovanni Antonio Guardi, The Good Samaritan, 1699–1766

멀리 있어도 우리는 이웃입니다

사람과 사람이 가까워지는 데 꼭 같은 장소가 필요한 것은 아닌 것 같습니다.

같은 식탁에 마주 앉지 못하더라도 누군가의 글 한 줄을 읽고 마음이 움직일 수 있고,
얼굴을 한 번도 본 적 없는 사람의 말 한마디가 유난히 길었던 하루를 견디게 해주기도 합니다.

때로는 오래 알고 지낸 사람보다, 나의 마음을 조용히 알아주는 한 문장이 더 가까이 느껴질 때도 있습니다.

지지교회는 그런 만남이 일어나는 작은 공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누군가는 오랫동안 교회를 다녀왔을 것이고, 누군가는 한때 교회에 있었지만 지금은 멀리 떨어져 있을지도 모릅니다.

교회에서 받은 상처 때문에 다시 문을 열기가 망설여지는 분도 있을 것입니다.

하나님이라는 말이 아직 낯설고, 믿음이 무엇인지 잘 모르겠는 분도 계실 것입니다.
괜찮습니다.

모든 것을 알고 오지 않으셔도 됩니다.

믿음이 확실하지 않아도 괜찮고, 마음에 질문이 많아도 괜찮습니다.

좋은 영화 이야기가 궁금해서 들어오셔도 좋습니다.

그림 한 점이 마음에 들어 잠시 머물다 가셔도 좋고, 누군가의 글 속에서 자신의 이야기를 발견하셔도 좋습니다.

말하고 싶은 날에는 짧은 한 문장을 남겨주세요.
“오늘 조금 힘들었습니다.”
“이 글을 읽으니 누군가 생각났습니다.”
그 정도면 충분합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고 싶지 않은 날에는 그냥 머물다 가셔도 됩니다.
사람에게는 때때로 설명하지 않아도 되는 자리가 필요하니까요.
우리는 모든 사람의 문제에 답할 수 없습니다.

삶에는 쉽게 설명할 수 없는 일들이 너무 많고, 다른 사람의 상처를 몇 마디 말로 해결할 수도 없습니다.
그래서 누군가가 찾아왔을 때 서둘러 답을 주기보다, 그의 이야기를 한 번 더 들어보는 사람들이 되고 싶습니다.
“왜 그렇게 했나요?”라고 묻기 전에
“많이 힘드셨겠어요.”
라고 말할 수 있는 사람.
충고하기 전에 잠시 옆자리를 내어주는 사람.
그런 사람들이 모여 있는 곳이라면 좋겠습니다.

성경을 읽다 보면 예수님께서 사람들을 만나는 모습에서 한 가지를 자주 발견하게 됩니다.
예수님은 사람들의 가장 좋은 모습만 기다리지 않으셨습니다.
지쳐 있는 사람, 외로운 사람, 다른 이들에게 외면받던 사람,
스스로도 자신의 삶이 마음에 들지 않았을 사람들에게 먼저 가까이 가셨습니다.

누군가의 과거를 먼저 묻기보다 그 사람을 바라보셨고, 사람들이 지나치던 사람 앞에서 걸음을 멈추셨습니다.
그래서 예수님의 초청은 언제나 조금 따뜻하게 들립니다.

“수고하고 무거운 짐 진 자들아 다 내게로 오라.”
마태복음 11장 28절

“모든 것을 정리하고 오라”는 말이 아니었습니다.
“조금 더 좋은 사람이 된 뒤에 오라”는 말도 아니었습니다.
지금 지친 모습 그대로 오라는 초청이었습니다.
우리는 그 초청을 닮은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당신에게 믿음을 강요하기보다 함께 질문하고,
당신의 이야기를 판단하기보다 들어주고,
당신이 다시 걸을 힘을 얻을 때까지 너무 멀리 앞서가지 않는 곳.
혹시 오늘 마음이 조금 지쳤다면 잠시 쉬어가세요.
오래 교회에서 멀어져 있었다면 천천히 둘러보셔도 좋습니다.

하나님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겠다면, 아주 작은 질문 하나부터 시작해도 됩니다.
“정말 하나님이 계실까?”
“기도는 어떻게 하는 걸까?”
“나 같은 사람도 괜찮을까?”
그 질문을 가지고 들어오셔도 됩니다.
어쩌면 믿음은 모든 답을 알고 문을 여는 일이 아니라,
작은 궁금함 하나를 가지고 조심스럽게 문을 두드리는 데서 시작되는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누군가 그 문을 두드릴 때
우리는 안에서 이렇게 말할 수 있었으면 좋겠습니다.
“어서 오세요. 여기 잠시 앉으셔도 됩니다.”
큰 것을 약속할 수는 없습니다.
하지만 따뜻한 글 한 편,
좋은 그림 한 장,
마음을 움직이는 영화 이야기,
그리고 당신의 말을 조금 더 오래 들어줄 사람은 있을 수 있습니다.

그 작은 만남 속에서 마음이 조금 가벼워지고, 다시 누군가를 믿어볼 용기가 생긴다면 그것으로 충분합니다.

우리는 서로의 삶을 모두 알지 못합니다.

사는 곳도 다르고, 나이도 다르고, 걸어온 길도 다를 것입니다.

그러나 한 사람이 외롭고, 또 한 사람이 그 외로움을 알아보는 순간 우리는 더 이상 완전히 낯선 사람이 아닙니다.

멀리 있어도, 우리는 이웃입니다.

그리고 이 작은 공간의 문은
당신에게도 열려 있습니다.


[출처] Giovanni Antonio Guardi, *The Good Samaritan*, 18th century The Metropolitan Museum of Art · Public Domain